영어교육 회사에 다닐 때였습니다. 사무실에는 영어가 모국어인 동료들이 많았는데, 영어로 대화를 하는 일에는 자신이 없었습니다.
하지만 취미인 점심시간 커피 브루잉에 찾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했었죠.
아이패드 드로잉으로 찌라시를 만들었습니다. 어디에서 몇 시에 free coffee가 있다. 프린트해서 잘 보이는 곳에 두었습니다.
찌라시 버전 2의 타이틀은 « Dégustation »이었습니다. 불어를 공부했던 이력에 호기심을 갖는 분들이 있었고, 괜찮은 어그로였죠.
커피 도구를 앞에 두고 오간 대화의 주제는 대체로 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.
“원두 값 드려야 하는데 어쩌죠.”
“커피 자격증 있으세요?”
“카페는 언제 차릴 계획이신지.”
제가 더 기다리는 것은 커피 맛에 대한 이야기였어요. “이 커피는 그 뭐죠, ‘산미’가 좀 있네요.” 입에 맞으신지 여쭤봤을 때 불편한 정도라는 이야기는 다행히 아직 들은 적 없는 것 같습니다.
조금 더 욕심을 낸 것은, 그게 어느 계열의 산미인지 — 복숭아 계열인지, 감귤류에 가까운지 — 한 번 더 고민해보면, 그 맛이 구체적으로 기억에 남을 텐데 하는 것이었습니다. 말로 오간 것은 오래 남아있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있습니다. 사람이 많을 때는 더욱 그럴 수 있고요.
이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 데귀스타시옹입니다. 동사 « déguster »의 뜻은 « apprécier »에 가까운데, 음미하는 것, 가치를 알아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.
GLOSSARY
- dégustation
- 시음, 시식, 감정(鑑定)
- déguster
- 맛보다, 음미하다
- apprécier
- 평가하다, 측정하다, 높이 평가하다
이 서비스가 두 가지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.
마신 사람은 “어 나 이런 산미는 괜찮네”, “바디감이 강하면 부담스럽구나” 등 자기 감각을 새로 알게 되는 것. 산지별 특징이야 그 다음 문제죠.
그리고 시음회를 여는 사람에게는 그런 취향에 대한 공감의 여운이 남았으면 합니다.
시음회를 열면 QR이 생깁니다. 마신 사람은 QR 찍고 로그인, 이름 입력 같은 거 없이 답을 남깁니다. 결과는 링크로 남고, 마감 후에는 다른 사람 입력과의 비교도 열어볼 수 있어요. 그리고 그때의 시음을 요약하는 한 장의 카드가 남습니다.